찬란했던 옛 왕조의 기억, 한시에 고스란히

작성자: 관리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4-11 16:08:10    조회: 401회    댓글: 0

찬란했던 옛 왕조의 기억, 한시에 고스란히  

  조선 선비들이 노래한 천년고도를 엿보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선비, 고도를 읊다-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


경북신문 2018-03-29

 

"굽이굽이 흐르는 물이 잔을 날랐던 곳이라 맑은 개울, 돌에 부딪히며 흘러온다. 천년 옛터가 여기에 있으니 좋은 시절 3월이 돌아왔네. 과객은 전성기를 생각하나 주민은 경애왕을 이야기해 슬픈 마음에 오릉을 뒤로 하니 허물어진 누대와 연못이로구나." <김수흥 포석정회고 퇴우당집 중에서>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선비, 고도를 읊다-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가 29일부터 5월 10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조선시대 문인들이 남긴 40여 편의 시와 7편의 여행기 등이 소개되며 오늘날 경주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옛 왕조의 화려했던 유산...천년 고도를 연상케하는 공간

조선시대 경주는 선망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찾았고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옛 왕조의 자취에 주목했다. 그러면 그들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부는 여행기를 남겨 여정과 감상을 밝히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들이 기억을 남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시였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남긴 한시를 살펴봄으로써 고도 경주와 신라 유산에 담긴 기억의 켜를 돌아보고자 한다. 

 

오늘날처럼 여행이 일상이었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다양한 계기로 경주를 찾았고 그 기억의 편린은 조선시대 개인 문집에 정제된 언어, 시로 남았다. 최숙정(1433∼1480)은 경주로 여행가는 친구를 보내며 “마음에는 첨성대를 그리고, 귀에는 옥피리 소리 들리는 듯”이라고 했다.
오늘과 마찬가지로 월성, 첨성대, 포석정, 불국사 등은 당시에도 많이 찾는 장소였다. 여행자들에게 자취만 남은 옛 왕조의 유산은 화려했던 과거를 연상케하는 공간이었다. 김수흥(1626~1690)은 포석정을 생각하며“과객은 전성기를 생각하나 이곳 백성은 경애왕을 이야기해”라며 왕조의 흥망과 인간사의 덧없음을 술회했다. 정석달(1660~1720)은 봉황대에서 “백리 산하 장관이 펼쳐지고 천년 성벽과 해자가 돌아간다”고 노래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황대가 풍수지리설에 따라 만든 인공산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월성, 첨성대, 김유신 묘 등 주변의 신라 유적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여행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탓에 ‘봉황대’를 소재로 한 시는 자체 보다 풍광을 이야기 한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시는 신라의 문화유산이 오늘에 이어지기까지 거쳐 온 궤적을 보여준다.

 

■한시 소재로 기, 승, 전, 결 4개의 전시 구성

이번 전시품 대다수는 조선시대 개인문집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주목한 것은 책 안에 담긴 시이다. 이를 위하여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시 40여 편을 모두 현대어로 번역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한시를 소재로 한 만큼 기, 승, 전, 결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 기(起) '한시란 무엇인가?'에서는 한시의 의미와 규칙을 소개한다. 한자 발음 사전 운서와 시의 모범으로 삼았던 명문선 등이 소개된다. 그 가운데는 세종대왕이 궁중의 서책을 보내 경상도에서 인쇄하도록 한 고금운회거요(보물 제1158호), 문장 교과서 상설고문진보대전(보물 제967호)을 볼 수 있다.
▲ 승(承) '경주 오는 길'에서는 조선시대 여행기, 사행록 등을 기초로 서울 등 각지에서 경주로 오는 여정과 공무로 온 관료나 사신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경주객사를 소개한다. 경주객사 동경관 현판, 경주객사 관련 시문, 대동여지도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경주의 명승으로 반월성을 꼽은 조선시대 전국 유람 놀이판 해동람승도가 흥미롭다.

▲ 전(轉) '고적 순례'에서는 경주의 여러 명소를 다니며 남긴 시를 소개한다. 김종직(1431~1492)의 시 불국사와 그의 운자를 사용하여 지은 후학들의 시를 비롯하여 봉황대, 괘릉, 첨성대, 이견대 등 신라유적과 옥산서원, 서악서원 등 유교 사적을 소재로 한 시를 선보인다.
▲ 결(結) '옛날을 돌아보다'에서는 '동도회고'라는 이름의 회고시와 옥피리와 성덕대왕신종으로 대표되는 '신라의 옛 물건'을 읊은 시, 그리고 7종의 경주 여행기를 소개한다. 경주부에서 보관해왔던 옥피리와 함께 그 내력을 살펴볼 수 있으며, 여행기 가운데는 당시의 생각과 모습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특히 풍수지리설의 전래 시기 등을 근거로 봉황대 등 시내의 봉분은 인공산이 아니라 신라의 왕과 왕비의 무덤이라고 주장한 이만부(1664∼1732)의 글은 눈길을 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특별전 연계 행사와 누리소통망(SNS) 이벤트도 운영한다. 전시 설명회로 큐레이터와의 대화(매주 목요일 오후 3시시), 문화가 있는 날 야간 갤러리 토크(1회)를 진행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마음에 드는 한시와 시의 배경이 된 장소를 개인 누리소통망에 게재하면 매주 20명을 추첨해 특별전 기념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성재 기자 / blowpaper@naver.comview_div01.gif입력 : 2018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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